사회 초년생의 스타트업 조인에 대해서

보통 사회 초년생에게 스타트업 조인을 추천하는 이유로, “빠르게 성장할 수 있다”는 말을 많이 합니다. 직관적으로 타당한 말입니다. 작은 기업일 수록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고 큰 권한과 책임을 가져갈 수 있기 때문이죠. 하지만 스타트업에서 일해본 적이 없는 사회 초년생의 경우, 이 말을 좀 더 엄밀하게 받아들일 필요가 있습니다.

전형적인 스타트업 커리어 성공 스토리는 다음과 같습니다.
– 대학을 졸업한 청년이 10명 남짓한 스타트업에 멋모르고 초기 직원으로 조인한다.
– 스타트업은 마치 로켓과 같아서 3년 안에 수백명 규모의 기업으로 성장한다.
– 초기 직원이었던 청년은 회사와 함께 빠르게 성장해 본부장 혹은 팀장이 되어 수십명이 되는 부서를 이끄는 리더가 된다.

이 청년은 단순히 좋은 스타트업을 골랐고, 운이 좋았던 것일까요? 물론 운도 정말 좋았겠습니다만, 이 청년이 이루어낸 것도 간과해서는 안됩니다. 회사가 빠르게 성장한다고 해서, 초기 직원에게 무조건 리더십을 주는 스타트업은 없습니다. 이 청년이 가지게 된 리더십은 그냥 주어진 것이 아니라, “얻어낸” 것일 가능성이 큽니다. 청년에게 주어진 리더십은 성장 그 자체이기 보다는, 성장에 대한 결과라고 보는 것이 맞습니다. 이 청년은 그럼 구체적으로 어떤 면에서 성장을 이뤄낸 것일까요? 즉, 빠르게 성장한다는 것이 정확히 무엇을 의미할까요?

첫째는 수직적 성장입니다.
스타트업은 규모가 작은 기업이다보니, 첫 직장이지만 처음부터 큰 기업의 같은 연차, 나이에 비해서는 책임이 큰 업무들을 담당하게 됩니다. 하지만 공동창업자가 아닌 이상, 회사 전체적으로 보았을 때 정말 중요한 일들을 처음부터 모두 리딩하기는 어렵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 단계에서는, 꼭 이루어져야하지만, 그에 반해 의사결정이 성과에 미치는 영향이 적은 functional한 업무들을 먼저 담당하게 됩니다.
그림 그리기에 비유하자면, 큰 그림이 그려져 있고 그 위에 어느 톤의 색으로 칠할지까지 정해져 있는 상황입니다. 그러나 어떤 질감을 낼지, 어디서 부터 칠할지, 디테일들을 어떻게 표현할지는 온전히 본인에게 맡겨져 있는 상태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맡은 사람에 따라 다른 성과가 나오게 되며, 주어진 것을 넘어서는 성과를 보이는 사람들이 나타나기 시작합니다. 이런 업무들을 “조금 더” “잘” “기복없이” “꾸준히” 해내는 것이 이 단계에서 가장 중요한 미덕입니다. 필요한 지점까지 가는 것은 기본이고, 약간의 extra mile을 가는거죠. 이를 통해 팀의 신뢰의 획득할 수 있습니다.

팀의 신뢰를 얻기 시작하면, 자연히 팀 내에서 리더십이 구축되기 시작합니다. 의사결정이 필요한 Leadership task가 생겨나기 시작하며, 단순히 functional한 능력뿐 아니라, people skill과 리딩 능력이 업무의 성과를 좌우하기 시작합니다. 이런 리더쉽 태스크들을 잘 해내기 시작하면, 점점 더 큰 리더쉽을 부여받게 되는 것입니다.

이러한 조직 내 수직적 성장의 결과로, 흔히 다음과 같은 양상이 나타납니다.
– 직위의 변화
– 권한의 변화
– 금전적 보상의 변화
– 업계에서의 평판 형성
– 리딩하는 팀 규모의 확대
*이러한 수직적 성장은 어느 조직에서나 비슷한 양상을 보이지만, 스타트업은 이 변화의 속도가 굉장히 빠를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인 것입니다.

둘째는 수평적 성장입니다.
스타트업은 사람이 부족하기 때문에, 이것저것 가리면서 해나갈 여력이 없습니다. 한 사람이 여러 직무를 해야만하는 상황입니다. 특히나 초기에 스타트업에 조인한 사람이라면, 자기 업무에 집중하기 힘들 정도로 단시간 주의를 기울여야하는 여러가지 일이 일어납니다.
비즈니스 쪽 인력이라면 리크루팅을 하는 동시에, 마케팅을 해야하고, 그와 동시에 전략을 세우고, 상시적으로 들어오는 고객문의를 처리해야 합니다. 엔지니어의 경우에는 웹도 개발하고, 서버도 개발하고, 앱도 개발하고 마케팅팀에서 원하는 데이터도 뽑아서 줘야하는 상황이 벌어지죠.
이러한 카오스는 회사가 어느정도 규모 이상으로 커지고,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유입되거나 시스템이 구축될 수 있는 리소스가 생기기 전까지 이어집니다. 상당히 고통스러운 과정이지만, 단기간에 다양한 경험을 하게 되며, 기업의 전체적인 흐름을 보는 시야가 형성됩니다. 또한 다양한 업계의 사람들과 weak tie의 넓은 네트워크를 형성할 수 있습니다.

즉, 앞서 이야기한 사례의 청년은 회사의 빠른 성장 속도에 맞춰 수직적 성장과 수평적 성장을 이루어 냈기 때문에 리더쉽을 확보할 수 있었던 것입니다. 하지만 이 청년처럼 스타트업에 조인하여 앞에서 이야기한 수직적 성장과 수평적 성장을 모두 이루어내기는 쉽지 않습니다. 다음과 같은 장애물들이 놓여있기 때문입니다.
첫째, 스타트업이 빠르게 성장하지 않는 경우

이 모든 성장의 전제는 스타트업이 빠르게 성장한다는 데에 있습니다. 대부분의 경우, 개인의 성장 속도는 스타트업의 성장 속도를 넘어가지 못합니다. 그러나 만약, 개인이 뛰어난 역량을 갖추고 이 스타트업의 성장 속도를 넘어 성장하기 시작하면 결론은 보통 두 가지입니다. 자신을 더 이상 성장시켜줄 수 없는 조직에서 나오게 되거나, 조직의 성장을 가속시킵니다.(하드캐리라고 할까요?)

둘째, 수평적 성장만 하게 되는 경우

만에 하나, 스타트업이 성장한다고 해도 수평적 성장만을 하게될 가능성도 높습니다. 대기업에 비해, 스타트업은 불확실한 시스템을 가지고 있고, 공식적인 멘토링을 받는 것도 쉽지 않습니다. 항상 리소스가 부족한 상황이기 때문에, 자기 일이 바쁘고, 먼저 적극적으로 요청해오지 않는 이상 다른 사람의 성장까지 깊게 신경써줄 정도로 여유가 있지 않습니다. 즉, 잘짜여진 시스템을 따라가고, 사수를 통한 배움이 어느정도 체계적으로 이루어지는 대기업에 비해 일을 배우기가 쉽지 않은 환경이라는 것입니다.

따라서, 대기업 혹은 어느정도 규모가 있는 스타트업에서 어느정도의 수직적 성장을 이룬 후 스타트업에 조인하는 루트는 상당히 안정적인 루트라고 볼 수 있습니다. 본인 스스로 수직적 성장을 할 수 있는 최소한의 역량을 갖추고, 스타트업에 조인하여 이를 가속화하는 것이죠. 많은 성공한 창업자들이 이 루트를 따랐고, 성장하는 좋은 스타트업들은 항상 이러한 인재들을 찾고 있습니다.

위에서 살펴보았듯이, 스타트업에서 빠르게 성장한다는 것은 누구에게나 해당하는, 혹은 높은 확률로 참트루인 명제가 아닙니다. 오히려 그렇지 않을 가능성이 상당히 높습니다.

 

그렇다면 과연 어떤 사람들이 스타트업을 첫 직장으로 선택해야하는 것일까요? 저는 다음 두 가지 “성향”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1) 주어진 것 이상을 성취하기 위해 노력하는 성향 – 상사의 명령과 회사의 계획에 따라서만 움직인다면 조직의 성장 속도를 추월할 수 없습니다. 조직이 빠르게 성장하지 않더라도 이를 뛰어넘어 무엇을 할 수 있을지 끊임없이 찾고, 시도하는 성향이 필요합니다.

2) 나태해지지 않고 꾸준하게 다양한 시도를 하는 성향 – 체계적이지 않고 불확실성이 큰 환경에서 성장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시도를 통해 맞는 방향을 잡아나가야 합니다.

자신이 이러한 성향인지를 알기 위해서는 다양한 인턴이나 스타트업 founding 경험을 통해 본인이 이러한 성향인지 알아봐야 합니다. 여러 경험을 통해, 그리고 신중한 고민을 통해 만약 이러한 성향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된다면, 스타트업에 조인해 자신의 성장 속도를 한계치까지 끌어올리는 경험을 해보는 것이 젊은 나이를 가장 의미있게 보낼 수 있는 방법이라고 확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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